석진명우/썰

[석진명우/썰] 사랑과 명예 사이에 갈등하는 석진 보고싶다.

10v2 2016. 2. 27. 00:20





후루룩, 맑은 육수에 말아넣은 밀가루를 입안에 밀어넣는 모습을 꽤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석진은 명우를 정말 이뻐했음. 순수하게 저를 따라다니는 명우를 곧잘 챙기고 다녔고. 종종 저를 돌아보며 수줍고도 해맑게 활짝 미소 지을 때 두근두근했지. 벌써 몇년이나 지나서, 명우를 꽤 진지하게 관계를 맺어볼까 하는 시기였어. 가끔 석진은 스스로 밀정임을 망각하고 그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흠뻑 그시간에 빠져있기도 했음. 


아~ 그거말고, 이쁘냐고.

예. 뭐 이쁘드라구요. 헤헤. 대장님 딱 보더니 천사가 오셨대요. 자기 목숨 구해줬다고. 

야야야. 나한테 그런 여자가 어디 한둘이냐? 명우야 사진 줘라. 태우게. 


명우는 맹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해가 생길까 초조해하는 남학우 마냥 석진은 급히 말을 돌렸다. 지금요? 제가 할까요? 묻는 명우에 석진이 내가 할게, 하며 가져갔다. 석진은 가짜 봉투를 태우고 변소로 갔다 오는 길, 제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생각했다. 그 아이를 좋아함은 진심이다. 하지만 지금 그 아이를 포함한 집단 전체의 정보를 슬금슬금 팔고 있는 자신을. 자신의 목숨과 돈, 행복과 사랑. 딜레마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은 그는 자리를 털며 임시정부로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


김구가 석진에게 의심가는 인물을 찍을 때 석진은 명우는 저와 다녔다며 아니라고 못박았다. 


명우 또한 석진을 믿고 싶어했고, 불안해 하는 명우를 석진은 결국 그날 밤 깊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맺음. 동이 틀 무렵까지 둘은 정사를 나눔. 너가 내 아이라도 품을 수 있었더라면 좋겠다. 하며 석진이 이제 막 차광에 잠에 취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명우의 배에 입 맞추고 또다시 끌어안는. 애틋해 보이기 까지한 두사람이 보고싶다. 


하지만 다음날 저녁, 세광을 찾는 다더니 석진은 금새 사사키와 같이 어두운 식당. 하피와 영감을 찾아와 청부살인을 요청하고. 결국 미행하던 세광과 명우에게 들키고 그자리에서 사사키는 사살당함. 명우는 충격을 받고, 석진이 명우의 옆구리를 찔러 그를 방패로 세광을 쏘고, 명우의 총을 빼앗고 그를 패대기침. 석진은 세광을 확인사살하고, 명우를 향해 총구를 들이민 순간 정신을 차림. 명우야, 명우는 이미 충격을 받고 역류한 피를 입에 물고 그를 경계가득한 눈으로 바라봄. 뭐라 더 하기도 전에 사람들 소리가 나고, 석진은 공황에 걸린 사람처럼 그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명우는 그자리에서 쓰러짐. 



명우는 다행히 구해지고, 나중에 그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아네모네로 보내짐. 명우는 석진이 저를 공격한 이후로 말수가 많이 줄었음. 밀정이었던 것도, 무엇보다 자신을 직접 찌르고, 방패로 썼다는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음. 


그가 도착해서 마침 마담과 이야길 하다가, 마담은 상옥과 만나고 잠시 마담은 상옥의 부탁으로 다른 곳으로 보내짐. 명우 홀로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 뒤라 텅빈 가게를 정리하고 옥윤의 연락이 오길 기다리겠지. 



그리고 전화가 걸려옴. 마담이었음. 불길하다며 나오라는 말이었지. 그때 누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림. 





*



석진은 옥윤이 세를 댄 곳의 매입자로 기록 된 아네모네로 찾아옴. 기껐해야 상옥이나 덕삼, 혹은 이 가게 주인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찾아왔지. 이미 밀정이 되어버린거. 정인국 편에서 크게 뜯어먹을 마음이었던 석진은, 내실에서 나오는 사람에 질겁했어. 명우가 나왔으니까. 상해에서 쓰러졌을 명우가, 경성에... 그것도 하필 이곳. 명우 또한 아예 장교옷을 입고 위압적인 태도로 서있던 석진을 발견하고, 다 알고 찾아온 것으로 생각했어. 차마 명우를 아는 자라고 떼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 석진은 모르는 사람인 척 오해 받지 않기 위해 일단 자기 임시 서로 따라와야 겠다고 함. 일단 그곳에 데려가서 심문 하는 척 밀정으로 구슬린 체 하면 안전하게 구해주고, 이참에 위험한 독립군에서 자기 편으로 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이었지. 


명우는 드디어, 올것이왔다는걸 직감했어. 외투만 좀, 입고 와도 되겟습니까. 하는 말에 검문하는 자가 어차피 벗을 텐데. 하고 클클 하는 것에도 침착한 표정으로 내실로 들어갔어. 석진은 너무 눈에 띠지 않게 그를 노려보았지. 자기도 모르게 손이 조금 떨렸어. 명우야. 소리 없이 바라보는 석진은 애가 탐. 



한편 내실로 들어온 명우는 수화기를 들어. 

마담, 이 곳으로 돌아오지 마세요. 부디 건강하세요. 많이 돕지 못해 죄송합니다.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은 명우는 달달 잘게 떨리는 손으로 총을 꺼냈어. 분명 저들에게 끌려가면 자신이 아는 것을 고문 속에 토해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존경하던 석진 조차 밀정이 되었으니 저는 그렇지 않을거란 자신도 없고, 석진에게 당한 배신의 상처가 너무나도 컸어. 명우는 제가 아는 정보를 흘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머리에 총을 놓은채 눈을 꾹 감고, 방아쇠를 당겼어. 




탕 

커다란 소음에 석진이 잘게 떨던 솜을 멈추고 놀라 뛰쳐 들어감. 그리고 오리엔탈 벽면에 튄 붉은 그림, 소파 너머에 바닥에 쓰러진 명우가 보였어. 석진이 황급히 다가가 바들바들 떨리는 그 손을 바라봄. 다른 조사관들은 소파에 반쯤 가려진 석진의 손이 마구 떨리는 것을 보지 못했어. 자결이라니. 쯧쯧 혀를 차는 대사가 둘렀지. 석진은 명우의 머리에 난 큰 구멍을 손으로 가렸어. 명우야, 내가, 내가... 구해주마... 구해주....구하려고 했는데... 왜... 하고 울었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 난 맨날 새드


후회하고 더 막나가는 석진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