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명우/단편] 염석진 타임슬립물
겨울사자랑 비슷한데 상처받은 명우가 아니라 반대로 명우가 기억이 없고 석진이 타임슬립한거 보고싶다.
개연성 똥망.
죽음 역은 중구 시켜주고 싶다. 포마드로 머릴 깔끔하게 넘기고 쫙빠진 양인 복장에 묘하게 매치되는 한지로 된 서류 종이 뭉치에 붓 들고 다니면서 서류에 속기 하고 죽은자가 말하면 전부 체크하는 그런거.
* 암살 (2015作) 염석진x명우 2차 창작 글입니다. 거부감이 있는 분은 오른쪽 상단 X 버튼을 눌러주시길.
* 염석진 최강 왼쪽. 석진 위에 구름도 없고 명우 아래 먼지도 없음 주의
총알을 열발이나 맞은 석진은 횡량한 들판에 나풀거리는 천자락을 손에 쥐고 있었다. 땅이 저를 끌어당기는 듯한 감각, 석진의 시야는 천연의 흙바닥과, 노을이 지는 들판이 있었다.
[와, 이제서야 죽었네.]
일순간, 또각소리가 나는 구두굽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래도 살았어.]
클클거리는 목소리와 눈앞에 보이는 까만 구두와 바짓자락. 석진은 스스로 녹아서 굳은 초와 같다고 생각했다.
'누구?'
그저 떠오르는 생각이었을 뿐이었지.
[나는, 생명이 날 때부터 생긴 자.]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자 질문이 되었어.
[너는 이제, 돌아갈거야.]
'어디로?'
[과거.]
클클 웃음소리가 비열하게 들렸어.
'왜지?'
[오, 한을 풀어야지.]
순간, 눈앞에 바짓단이 움직이며 눈앞에 있던 자가 다리를 접었어. 턱에 흉한 상처가 남은, 석진은 그 위를 봤어. 탁해 져버린, 하지만 밤하늘처럼 맑고 밝았던 눈.
명우는 원망과, 허망한 눈빛으로 석진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그의 손이 석진의 시야로 뻗쳐왔어. 눈이 감겼지.
[오, 친절해라. 자기 원수의 눈을 감겨주다니.]
석진은 감동스런 기분을 망친 느낌이 들었어. 반대로 상대는 즐거워 하는게 마치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지.
[맞아, 난 즐거워.]
석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분명 대화하는건 아니였는데 상대는 석진이 생각하는 것 뿐인데 마치 다 들리는 것처럼 대답하고 있었거든.
[뭐, 이상하겠지. 조금 적응할 필요가 있겠네. 그냥 있는 그대로 생각하면 돼. 너가 하는 생각, 느낌은 전부 예전에 입 밖으로 말하는 것처럼 나한테 읽혀진다는 것, 그리고 너도 감각 자체가 초월한 느낌이 들거야. '여기'는 그런 곳이니까.]
[음, 더 설명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 아까 넌 그 어린 청년의 흉터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잖아. '오, 명우잖아. 저 고운 턱을 저렇게 만들었어. 정말 한스러운 일이야.']
그렇게 천박한 투로 생각하진 않았는데. 석진은 미간이 찌푸려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뭐 어쨌든 말이야. 아직 살아있는 걸 보고 제대로 턱을 날리는 건데, 한 두방즘 더 날려서 뭐, 이런 생각]
'안했어!'
[알아.]
클클 또 웃는 상대에 석진은 저가 놀림 당하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내 생각인데 말이야, 염치가 없다고. 몇살 차이지? 한살, 두살, 네살, 여덟....]
'요점이 뭐야 이,'
망할 저승사자 놈아 하고 떠올랐던 생각을 참아냈어. 만약 상대가 손발이 달렸다면, 분명 눈앞에서 박수까지 치며 웃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지.
[뭐 요점은, 요컨데, 네가. 즉, 염석진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 물론 현실이 아닐테지만. 네 생에 터닝포인트에 돌아가 한을 풀고 오라는거지. 한번쯤 이랬다면 어땠을까. 음. 만약에, 그 때 내가 이렇게 안하고, 저렇게 했더라면? 뭐 이런거 말이야. 어때?]
'그게 무슨 소리지?'
[네 터닝포인트는 언제지?]
[혹시 방금인가?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명우를 쏘는거야!]
'제기랄, 망할 샊,...'
[워워, 농담인데 말이지. 자네는 너무 젊어서 내 웃음 포인트를 이해 못해줘서 아쉽군. 한 몇천살 먹으면 이런 농담은 필수라고]
돼지 불알같은 농담. 이라고 단호하게 자르려던 석진이 움찔, '움직'였다. 감각, 오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정신 하나만 우주에 남겨진 것 같던 '무'감각의 상태에서, 어느샌가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하하네 친구, 자넨 선택의 기로로 돌아왔어.]
소리같은 것이 느껴졌다. 먹먹하지만 분명하게 흐르는 음.
청각이 돌아왔다.
[조심해야 할거야. 때론, 사소한 선택에 죽는 사람이 바뀔 수도 있거든.]
후욱, 공기가 느껴졌다. '눈꺼풀'이 있다는 무언의 감각과 시야가 옅게 밝아짐과 동시에,
[무운을 빌겠네.]
"!"
석진은 가만히 밝아진 세상에 눈을 껌뻑였다. 눈꺼풀이, 움직인다. 시야를 조금 돌리자 붉은 가로등이 보였다. 붉은 오크나무로 된 나무 문. 다시 시야를 내리자 제 손이 보였다. 마치 굳었던 듯 뻑뻑해 있던 손이 움직이며 닿아있던 제 옷깃을 만졌다 여긴...!
"[졸을 때가 아닐텐데.]"
사사키! 오래전에 죽었던 그가 지팡이를 짚은 손에 힘을 주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석진이 제 허리에 힘을주어 등을 세우자, 일순간 오랜시간 같은 자세로 있었는지 저리는 관절들에 반갑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벽에 기대어 있던 몸이 벽에서 떼어지는 감각이 그대로 느껴졌다. 마치 살아있는 것 처럼!
석진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혹시, 꿈인가. 죽기 전 파노라마?
"[뭔가 생각난거라도 있나 보지?]"
사사키가 뒤돌아 보자, 석진은 어물거리다 얼른 자신감을 얼굴에 씌웠다. 그는 다시 예전처럼, 피식 웃으며 일어로 대답했다.
"[그럴리가. 그냥, 옛일이 생각나서 말이야.]"
지금 그는 아직 밀정임을 들키기 전,
과거로 돌아왔다.
*
생전에 무거웠던 노년의 몸을 떠올리며 나는 듯 가벼운 몸으로 석진은 사사키의 뒤를 쫓았다, 그래. 아주 좋군.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아직 꿈같은것은 마찬가지 였다.
과거보다는 조금 자신이 더디게 반응하는 바람에 사사키가 저보다 조금더 앞서가고 있던 참이었다. 아마, 이 지점을 지나기 전에. 하와이 피스톨을 의심하던 말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사키가 밟은 저 위치는... 가만, 어디서 총을 맞았더라?
"[어이, 절름발이 보다 늦는다는 생각은 안드나?]"
"[아, 미아,]"
탕!
고멘이라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총성이 터졌다.
젠장! 팔순이 넘었더니 기억력이!
획 그들을 향해 돌아본 석진은 아주 잠시, 저도 모르게 멈춰 섰다. 아직 멀쩡한 모습인 명우와 세광이 어미 잃은 고양이 같이 설픈 모습으로 제 앞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명우, 명우야!!"
"대장님 총 주십쇼!"
"명우야, 세광아 잠시만 내 얘기좀 들어봐라,"
진심이다, 제발 석진은 진심에 가까운 절규를 하자 명우가 조금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깐만, 여기서... 어떡하지? 이런 젠장! 망할 저승사자 새끼, 돌려줄거면 좀 여유 있게 식당에 들어가기 전으로 해주던가, 이건 피해갈 여지고 뭐고 시간도 없잖아!
에라이,
"명우야!"
탕,
"대장님!!"
아 이런 젠장... 명우를 붙잡는다는게, 세광에겐 위협적으로 보였는지 총을 쏜것 같았다.
"아… 야…."
염석진 대장님!!!
고막에 물이 차는 듯 먹먹한 소리가 울렸다.
*
'이 샹노무새끼.'
[워, '탄생'한테도 들어본 적 없던 욕인데.]
'돌릴거면 최소한 상해 도착하기 전으로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이렇게 허무하게 또 죽게 만들어?'
[너무 속단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나. '나중에' 또 설명하겠다고 말이야.]
'그 나중이 한 십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이,이... 고얀 놈!'
석진은 제가 안 죽었더라면 이를 갈며 저승사자의 멱살을 잡아 위아래 없는 버러지 놈이라며 성을 냈을 거라고 자신했다.
[뭐, 이정도 시간이면 알아서 그 어린 아이한테 잘 해명하고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거 원, 너네 애들은 다 너무 성급하단 말이야. 대답도 안듣고 총을 쏘고, 헛키웠네 그려.]
석진은 노발대발하려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총을 부들거리며 들고 있던 명우를 떠올렸다.
[그리고 까먹은 것 같은데, 자넨 한을 풀러 온거라서 말이야. 그 어린 아이랑 해피 엔딩 하기 전까지 무한대로 죽을거야.]
진심으로 즐거운 웃음소리가 키득키득 울려퍼지며 슥슥, 어디선가 종이에 붓칠을 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마 자네 상태를 보아 하니, 이번 한 풀기는 꽤 오래 걸리겠군. 따로 잘가라는 인사는 안하겠어, 5천년 영업 직감이 자네는 조만간 또 볼 거라고 말하고 있거든]
'잘나셨군.'
[하하, 그럼 다음 죽음에서 만나지.]
[무운을 비네.]
클클 웃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사라졌다.
*
번뜩,
고개를 들자 보이는 것은, 담쟁이 덩굴을 입은 돌벽, 제가 앉은 난간 아래로 흐르는 옥빛 강. 그리고 나무 내음 가득한 베란다.
"여긴..."
삐삐-삐빅, 삑-삑-.
절로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갤 돌렸다. 무선 송수신기. 벌떡 날아가듯 달려가 송수신기에서 뽑혀 나오는 종이를 뽑았다.
"목표물 작전 실패, 정보 요망..."
그래! 이때야. 이제야 멀쩡한 자리로 돌렸구만.
아직 밀정임을 들키기 전.
이때면, 조금이라도 가망이 있다, 석진은 자신했다.
*
석진은 이미 중요한 사건 중에 하나였기에 굳이 더 과거로 돌아왔다고 예전처럼 김구 선생의 방에 들어가 확인하지 않아도 미라보 팀의 타겟이 정일국과 카와구치임은 알고 있다. 석진은 창가로 다가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적당한 때를 잡아야 해.
창가에 앉아있자, 명우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잘치는군. 하던 찰나 였다.
벌컥소리와 함께 방에 들어온 김구 선생이 명우를 부르는 듯했다. 곧 그가 묻는다.
'곡이 좋구만, 무슨 곡이네?'
명우가 웃으며 답한다.
'뭐 알고 치나요,'
곧 명우를 불러 묻겠지.
'염대장은 뭐하고 있나?'
'지금 밑에서 등사하고 있을텐데. 부를까요?'
'됐네, 총 있나?'
'예, 여기... ...총알이 없는데, 장전할까요?'
'됐어, 가보지.'
'옙!'
창문 밖에서 듣던 석진은 김구가 사라지는 동시에 창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방문을 열어 눈앞에 자리 잡고 앉으려던 명우을 확 잡아 당겼다.
휘릭, 팔을 잡히고 반박자 느리게 명우가 반격을 하려하는 순간.
"쉬,쉬쉿! 잠깐,!!"
익숙한 소리에 명우가 멈췄다. 대장님?
"그래, 명우야. 나다."
"아니, 대장님 왜 여기에... 등사 하고 계시던거 아닙니까?"
눈을 댕그랗게 뜨고 물어오는게 순진하기 짝이 없어 괜히 맘 한구석이 콕콕 찔렸다.
"이렇게 길게 설명할 시간없다. 명우야 난,"
명우는 다 들어줄 수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잘게 끄덕이며 석진을 쳐다봤다.
"내가 밀정이다."
"...예?!!!"